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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RSONAL STORY/카림 알아짐

카림 알아짐 SR - 좀 더 화려한 색으로

1.


카림 : 흥흥흐~응……♪ 있지, 쟈밀. 스카라비아 기숙사에는 어떤 신입생이 입학하러 오는걸까? 오늘 입학식, 기대된다!

쟈밀 : 아침부터 몇 번째야? 후배가 생기는 것에 들뜨는 건 알겠지만, 좀 진정해. 스카라비아 사감은, 너라고.

카림 : 알고 있다구! 신입생뿐만 아니라 기숙사생 전원에게 좋은 모습 보여줘야지.

쟈밀 : 다시 한 번, 사감 취임 축하해 카림. 전 사감에게서 무사히 지명되어 다행이네.

카림 : 고마워. 하지만 나, 사감으로는 쟈밀이 지명될 줄만 알았어.

쟈밀 : 설마. 나는 그릇이 아니야.

카림 : 그래? 쟈밀은 나보다 뭐든지 잘하잖아. 세세한 것도 잘 깨닫고.

쟈밀 : 그러니까 나는 부사감 정도가 딱 좋아. 사람 위에 서는 건 네가 더 적합해.

카림 : 그런 건가? 뭐, 이제부터는 부사감으로서도 잘 부탁해!

쟈밀 : 아아.

카림 : 그럼……. 입학식에서는 식전복을 입었었지? 어디다가 뒀었더라?

쟈밀 : 하아…… 미리미리 준비해놓는 게 보통이라고. 정신 차려줘, 사감. 식전복의 손질은 벌써 끝나서, 옷장에 걸려있어. ……자, 이거다. 너, 작년보다 키 컸잖아. 어깨 부분을 바로 잡고 소매를 길게 해 놓았어.

카림 : 역시 쟈밀! 의지가 된다구, 부사감!

쟈밀 : 네네. 곧 식이 시작되니까, 후딱 준비하자고. 먼저 눈 화장이지. 이리 와서 눈 감아.

카림 : 응.

쟈밀 : ……좋아, 선이 예쁘게 잘 됐어. 다음은 옷이었지. 두 팔 벌려. 손을 로브 소매에 꿰고…… 응. 어깨도 딱 맞아. 마지막으로 후드를 정리해서…… 끝났다. 허리는 작지 않아?

카림 : 딱 좋지. 땡큐, 쟈밀!

쟈밀 : 자, 거울. 일단 자기 모습을 확인해두라고.

카림 : 좋~아. 어디어디…… 응~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됐다고 생각해! 애초에, 쟈밀이 못 알아챈 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앗핫하!

쟈밀 : 있잖아…… 오늘은 사감으로서의 첫 무대이기도 해. 몸가짐이 중요하잖아?

카림 : 알았다구, 제대로 확인할 테니까. 으~음……. 앗!!

쟈밀 : 왜 그래! 어딘가 풀렸나?

카림 : 아니. 우리 쪽 식전복은 역시 수수하다고 생각해서.

쟈밀 : 하아? 그건 이제와서 재확인해도 어쩔수 없는 일이잖아.

카림 : 나는 마법처럼 좀 더 무늬가 있는 쪽이 좋다고. 머리에 후드를 쓰는 것도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져서 누가 누군지 모르게 되잖아?

쟈밀 : 후드 말고 터번을 두르는 건 어때? 스카라비아 기숙사생들만 말이야.

카림 : 하늘색이나 보라색 깃털이 달려있는 녀석이 좋아!

쟈밀 : 확실히 열사의 나라에서는 어느 시대나 인기인 색이지만, 식전에는 맞지 않잖아.

카림 : 그럼 차라리 식전복 색깔을 바꾸면 되겠네! 예쁜 피콕그린 같은거 말야!

쟈밀 : 아니 기다려. 역시 흰색도 버리기 어려워…… 나이트 레이븐의 식전복은 검은색. 전통이니까, 그거면 됐잖아.

카림 : 절대로 검정이 아니면 안 된다니, 누가 정한 거야? 식전복을 입은 녀석들이 쭉 늘어서 있으면 장례식 같아. 가 아닌가. 입학식은 경사스러운 자리지? 모처럼 동경하는 나이트 레이븐 학원에 입학해 오는거야. 그렇다면 엄청 신나게 축하해줘야지! 맞다!! 식전복을 좀 더 화려한 색으로 만들 수 없을까? 학원장에게 물어보자구!

쟈밀 : 지금 당장?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이제 2시간만 더 있으면 입학식이 시작한다고!

카림 : 그러니까 급하게 가는 거지. 나, 좀 다녀올게!

쟈밀 : 어이! 기다려, 카림!



쾅!



쟈밀 : 농담이지, 정말로 뛰쳐나갔어……! 뒤쫓을 수 밖에 없나? 카림, 돌아와! 카림!!!



2.



타다닷…



카림 : 확실히, 강당 옆을 지나서 가면 학원장실까지 지름길로 갈 수 있겠네.

쟈밀 : 카림, 어디냐 카림!!! …………찾았다! 카림! 일단 발을 멈춰라!

카림 : 쟈밀! 그렇지만 느릿느릿 하다가는 입학식에 늦어버린다고?

쟈밀 : 그러니까,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지 마. 기숙사로 돌아가서, 식의 준비를 하는 거다! ……어이, 앞을 봐!

카림 : 에?



쿵!



마레우스 : 큿……

카림 : 아야야…….

쟈밀 : 큰일났다, 하필이면 디아솜니아 사감인 마레우스 선배에게 부딪히다니……! 죄송합니다, 마레우스 선배!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카림 : 마레우스, 미안미안! 지금 좀 급해서 말야.

쟈밀 : 야……! 카림 너, 조금 더 제대로 된 사과는 없는 거냐……!

마레우스 : ……그 옷……

카림 : 응, 식전복 말인가?

마레우스 : 아아. 아까부터 몹시 멋부린 녀석들을 만나는군. 이그니하이드 사감인 슈라우드도 같은 옷을 입고 몹시 당황하는 것 같았다만…….

카림 : 이데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학원장을 만나러 가는 중이야. 식전복의 색을 바꾸고 싶어서.

마레우스 : 호오?

카림 : 축하의 자리에서 입는 옷은 더 경사스러운 색이 좋아. 마레우스도 그렇게 생각하지?

쟈밀 : 마레우스 선배,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 봐, 카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기숙사로 돌아가자고.

카림 : 중요한 일이라구! 밝은 색 쪽이 더 축하하는 느낌이 들지?

마레우스 : ……아무래도 아짐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만 검은색은 축하의 자리에 어울리는 고귀한 색이다. 전설의 가시 마녀도, 왕국 공주의 생일에는 검은 드레스로 참가했다.

카림 : 헤에~ 그런 일화가 남아있구나.

마레우스 : 화려하기만 한 것이 축복을 나타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그레이트•세븐도 검은색을 입는 것들이 많을 테지. 즉 검은색은 세계공통으로 의례적인 것이다.

카림 : 그런가…… 확실히, 사막의 마술사도 검은색을 입었었나?

마레우스 : 아아. 마치 사막의 밤과 같은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고 전설에 남아있다.

카림 : 그런 말을 들으니, 검은색도 꽤나 괜찮네. 나는 보통 검은색은 안 입어. 그러니까 축하의 자리에서 입어보면 특별감이 있을 지도 모르고……

좋아! 식전복은 이대로 가자! 잘 보면 안감도 예쁜 색이고, 춤추면 긴 옷자락이 번드르르해서 보기 좋을 것 같아!

쟈밀 : 하아……. 제발 입학식에서 춤은 추지 말아줘……. 아무튼, 이걸로 됐으니까 지각은 물론 준비도 제때 할 수 있겠네.

카림 : 좋아좋아. 마레우스, 좋은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웠어!

쟈밀 : 네가 그걸 말하냐……!

마레우스 :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생각한 것을 그대로 털어놓은 것 뿐이다.

카림 : 응? 그래?

쟈밀 : 카림, 더 이상 한가한 시간은 없다고. 서둘러서 스카라비아 기숙사로 돌아가자. ……또 다른 변덕을 부리기 전에.

카림 : 옷, 알았어! 그럼 안녕, 마레우스!

마레우스 : 아아, 또 보지.



탓탓타……



[ 스카라비아 기숙사 ]



카림 : 로브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장화도 더러워지지 않았어…… 최종 체크 완료!

쟈밀 : 장화가 아니라 부츠인데. 아직 입학식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피곤하네. 정말이지…….

카림 : 그럼 오늘의 장소로 이동할까? 사감 취임 후 첫 큰 일이다! 우리 스카라비아 기숙사의 새로운 동료를 반갑게 맞아주자고!

쟈밀 : 흠…… 아까까지와는 딴판으로 많이 변했네.

카림 : 가자 쟈밀! 기다리고 있어 신입생들!!!

쟈밀 : …라니 카림! 매지컬 펜을 잊었다고!

카림 : 오오, 미안. 식전복 전용 펜홀더가 있었구나. 까먹고 있었다!

쟈밀 : 하아…… 너도 마레우스 선배를 본받아서 침착한 사감이 되어줘.

카림 : 맡겨두라구. 정식에서는 확실히 할 테니까. 앗! 그러고 보니 마레우스 녀석 입학식 직전인데도 불구하고, 교복 차림이었지?



[ 복도 ]



마레우스 : 슈라우드, 아짐, 바이퍼…… 아침부터 식전복을 입은 자와 세 사람이나 마주쳤다. 오늘은 뭔가 특별한 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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