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복도 ]

리들 : 그때 온도가…… 북북…… 아니 혹시 분량이…….
쟈밀 : 아이쿠. 부딪히는 줄 알았다. 아래만 보면서 걸으면 위험하다고.
리들 : 아아 미안하군. 생각을…… 은 쟈밀인가.
아즈루 : 이런. 동작이 이상한 분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리들 씨였군요.
리들 : ……거기다 아즈루까지. 너희 둘인가?
아즈루 : 네. 저희 단짝 친구라서.
쟈밀 : 잘도 말하는군. 실험실로 가는 도중에 우연히 만난 것 뿐이잖아.
리들 : 실험실……. 혹시 너희 C반은 이제부터 마법약학 수업인가?
쟈밀 : 아아. 리들 반이랑 바뀌었어.
리들 : 그런가……. 그렇다면 너희들에게 충고하지. 오늘 실험은 조심하는 게 좋아.
쟈밀 : 충고? 오늘 실험은, 확실히…….
리들 : 화상을 한순간에 낫게 하는 마법약 작성이다. 하지만 우리 반에서는 아무도 완성하지 못했어.
쟈밀 : 아무도라니, 그건 너도 포함인가?
리들 : ……그렇다.
아즈루 : 이런, 우리 쪽 제이드도 당신과 같은 2학년 E반이죠? 그도 완성하지 못했나요?
리들 : 「곤란하네요」 라고 말하면서 싱글벙글 즐겁게 보고만 있었어.
쟈밀 : 상상이 가는구나…….
리들 : 약재료는 3가지 약초와 광석의 분말. 게다가 마법석을 적신 물과, 마수의 간에서 채취한 기름. 레시피를 보고, 말도 안 되는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하나만 더 넣으면 되는 곳에서 아무리 [교반]해도 재료가 섞이지 않았어. 즉시 분리돼버려.
쟈밀 : 그건…….
리들 : 응?
쟈밀 :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귀찮을 것 같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리들 : 아아. 식혔다가, 데웠다가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거기서 시간 오버였던 거지.
쟈밀 : 수고했어. 그건 그렇고…… 자기가 하지 못한 실험에 대해 가르쳐주다니 친절하구나.
아즈루 : 네. 저도 거기가 궁금했어요.
리들 : ……너희들은 상당히 의심이 많네. 별로 선의가 아니야. 크루웰 선생님께 「올해 2학년은 수준이 낮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것도 지독한 말투로……. 분명히 오늘은 실패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모욕당할만한 기억은 없어!
쟈밀 : 너무 화내지 마. 단순히 운이 나빴을 지도 모르잖나. 항상 학년에서 1등인 너다. 만약 실패했다고 해도 원인따윈 분명 사소한…….
리들 : 얄팍한 위로 같은 건 필요없어. 다음에는 내 실력을 보여서 선생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테니까. 너희들도 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럼.
쟈밀 : ……리들은, 정말로 착실하군. 우리도 슬슬 실험실로 갈까. 쉬는 시간이 끝나버려. 지금으로선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없고…… 저 리들이 애먹었네. 오늘 실험은 어려울 것 같군.
아즈루 : 원래 리들 씨는 실기 시험보다 필기 시험을 더 잘 보는 편이니까. ……그 점, 재주가 있으신 쟈밀 씨라면 오늘 실험도 성공시킬 수 있지 않을지?
쟈밀 : 엣. 뭐야 갑자기…… 내가 그런 어려운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즈루 : 후후후. 또 다시 겸손하시긴. 당신의 효능에는 언제나 감탄하고 있어요. 스카라비아의 부사감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유능함이죠.
쟈밀 : …….
아즈루 : 성적이라도 해도, 자세히 보면 강의에도, 실기에도, 운동에도 뚜렷한 구멍이 없어. 이 저한테도 비행술이라는 약점이 있는데…… 당신의 그 약점이 없다는 점은 정말 굉장해. 마치 “조정”하고 있는 것 같네요.
쟈밀 : 너무 과대평가다. 난, 재주가 없는 녀석이야.
아즈루 : ……원하신다면 그런 걸로 해드릴까요. 비밀이 많은 분들은 싫어하지 않아요. 고지식하게 다 말해버리는 사람보다, 훨씬 더 신뢰할 수 있죠.
쟈밀 : 그것 참 고맙네. 자 서있지 말고 가자고. 정말 지각하고 만다.
아즈루 : 네. 그럴까요.
쟈밀 : ……. (아즈루 녀석, 정말 남이 숨기고 있는 것에는 민감하구나. 이런 일로 눈에 띄다니 사양이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너무 잘하지도, 낙오하지도 않고, 가능도 없이 불가능도 없이. 그게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일이다.)
2.
[ 실험실 ]

크루웰 : 마법약학과 패션은 많이 닮아있다. 필요한 재료를 과부족 없이 아름답게 배합하지 않으면 안 돼. ……이런 실험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너희들의 사복은 촌스러워서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군.
이그니하이드 기숙사생 : 사복 얘기까지 할 이유는…….
쟈밀 : 어때, 아즈루. 성공할 것 같나.
아즈루 : 음…… 역시 리들 씨가 말한대로 마지막으로 재료를 섞는 작업이 잘 안 되네요. 아무리 휘저어도 금새 갈라져버려.
쟈밀 : 흠…… 그럼 아쉽지만 이번에는 크루웰 선생님께 항복해야겠군.
아즈루 : …….
쟈밀 : 뭐야, 히죽히죽거리고 징그럽다. 내 얼굴에 뭔가 묻었나?
아즈루 : 쟈밀 씨, 아까부터 제 조합을 보고만 있을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쟈밀 : 에? 아아, 짝을 지었는데 손도 안 쓰고 미안하군. 그치만 나랑 짜고 싶어했던 건 너고…….
아즈루 : 후후. 당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군요.
쟈밀 : 거짓말? 평판이 나쁘군. 도대체 뭘 보고 그런…….
아즈루 : 말했잖아요. 당신에게는 경의를 표하고 있다, 고. 저는 당신을…… 당신의 숨기고 있는 그 유능함을, 계속 보고 있었어요.
쟈밀 : 계속이라니…… 기분 별로 안 좋은데.
아즈루 : 후후. 방심은 큰 적이죠. 쉬는 시간에 리들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을 때 뭔가 말을 하려고 했죠?
쟈밀 : …….
아즈루 : 해결책을 알고 있는 거죠? 동료인 저에겐 가르쳐 줘도 괜찮잖아요.
쟈밀 : 동료가 된 기억은 없다만? 어지간히 수업을 성공시키고 싶은 모양이군.
아즈루 : 당연하죠. 선생님께 평가받기 싫은 학생이 있습니까? 게다가, 리들 씨 조차도 완성시키지 못한 약을 만들면…… 주변 사람들도 당신의 실력을 인정할 거예요!
쟈밀 : 그게 싫단 말이야…….
아즈루 : 응?
쟈밀 : 아니. ……가령, 만약에 내가 해결책을 안다고 해도, 말이다. 난 내 힘을 과시할 생각이 없어. 그렇다고, 답을 가르쳐서 너의 힘을 올릴 생각도 없다. 다 같이 크루웰 선생님께 바보 취급 당하는 게 훨씬 낫겠네.
아즈루 : 아까워…… 실력이 있는데, 왜 그렇게 어필하는 걸 싫어하죠?
쟈밀 : 괜히 눈에 띄고 귀찮게 말려드는 건 사양이다.
아즈루 : 저런. 귀찮을 일을 피하고 싶다면 더욱더 저를 도와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당신이 수업에서 대충대충 하는 것도 저라면 가만히 있어줄 수 있어요.
쟈밀 :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서로 돕는 사이」라고 들리긴 하다만…… 그냥 “협박”이 아닌가.
크루웰 : 어때, 성공시킨 영리한 아이는 없는 건가?
아즈루 : 자자, 쟈밀 씨. 어떡할래요?
쟈밀 : ……. ……하아. 그러고 보니, 요리에는 유화라고 하는 현상이 있었지—.
아즈루 : 갑작스럽네요.
쟈밀 : 혼잣말이니까 신경쓰지 마. 유화라는 건, 쉽게 풀어서 말하면 원래 섞이지 않는 걸 잘 섞는 거다. 가까운 예로 마요네즈일까. 마요네즈의 주성분은 식초와 식용유. 즉 물과 기름을 섞는 데 성공한다. 이번 약의 재료는 약초, 광석, 그리고…….
아즈루 : 물과 기름. ……과연, 공통적이네요.
쟈밀 : 리들로부터, 「재료가 섞이지 않아」하고 들었더니 금방 감이 왔다. 유화가 잘 되지 않았어. 라고 말야. 요리의 초보자에게는 있을 법한 실수다. 십중팔구, 실패의 원인은 재료를 섞는 순서와 타이밍이겠지.
아즈루 : 순서입니까. 선생님은 「지정 재료를 모두 섞는다」라고만 말씀하셨죠.
쟈밀 : 크루웰 선생님 말인데 우릴 시험하기 위해서 굳이 모함한거 아닌가? 기름에 물을 섞는 게 아니라 물에 기름을 섞는 거야. 그것도 한꺼번에 섞으려하면 안 된다. 조금씩 조금씩, 기름을 부으면서 계속 휘저어야 해.
아즈루 : 과연. 마요네즈처럼 유분이 많은 것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아서 몰랐네요.
쟈밀 : 요리는 잘 해. ……자, 얼른 다시 실험해 보자. 내 “혼잣말”에서 멋진 “아이디어”가 나왔지? 지금이라면 다시 만들어도 늦지 않아.
——
아즈루 : 굉장해, 정말로 성공했다…….
쟈밀 : 다행이잖아.
아즈루 : 네. 굉장하네요, 쟈밀 씨!
쟈밀 : 목소리가 커! ……우연히 잘 된 거다, 우연히.
아즈루 : 네네, 우연이네요.
쟈밀 : 맞아. 우연히 내가 혼잣말로 기침을 해서, 그것을 들은 네가 우연히 섞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 뿐이다.
아즈루 : 완고하네요. ……왠지 점점 쟈밀 씨에게 흥미가 생겼어요. 뭔가 저희, 앞으로도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쟈밀 : 이상하군. 나는 전혀 그런 생각 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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