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안뜰 ]

이데아 : 아아~~~ 싫다 싫다. 어째서 마지프트 대회는 TV중계하는 거? TV에서 얼굴을 내밀다니 수치스러운 플레이가 돋보여. 어떻게 해서든 회피하지 않으면……. 지금은 19시…… 구매부라면 빠듯하게 열려있을 터. 용접용 마스크를 사서 내일은 하루종일 얼굴을 가리고 있을 수밖에 없소이다……!
꺼칠꺼칠
이데아 : 히욧!? 지지지지금 뭔가 움직인——
실버 : 거기 있는 자, 어떤 놈이냐! 즉각, 이름을 대라!
이데아 : 히잇!? ㅈ, 저저저저저는 결코 수, 수수수수수상한 사람은……! 이이이이그, 이그니하이드 기숙사의…… 이, 이데아•슈라우드, 입니다!!! 그러니까, 그, 그 손에 들고 있는 경찰봉은 내, 내려놓고……!
실버 : 아아…… 이데아 선배인가. 그렇다는 건, 수상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군.
이데아 : 가, 갑자기 경찰봉을 휘두르고 덤불에서 뛰쳐나오는 쪽이, 대단히 수상하다고 생각되는데…….
실버 : 그래서, 이런 시간에 뭘 서성이고 있었나. 보통, 기숙사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인데.
이데아 : 젓, 저는 용접용 마스크를 사러 가려고…….
실버 : 기계공학 실험에 쓸 건가.
이데아 : 으…… 그쪽이야말로, ㅇㅇㅇ왜 식전복 따위를 입고 나돌아다니는 거야……!
실버 : 초저녁에 은신하기엔 이 옷이 가장 제격이기 때문이다. 기동성이 부족하다만, 기숙사 옷은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수중에 없으니까…….
이데아 : 에…… 엣? 어째서 스텔스 무브? 시, 실버 씨, 사실 닌자 같은 건가요.
실버 : 음…… 닌자는 뭔가?
이데아 : 아득히 동쪽 나라에 산다고 소문난, 은밀행동을 통해 모보 활동이나 더러운 일을 해내는 자들이옵니다. 수리검이나 화둔술이라든지, 들어본 적 없으려나? 애니메이션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게임에서는 사무라이와 쌍벽을 이루는 기본적인 직업!
실버 : 이데아 선배…… 갑자기 말을 잘 하네.
이데아 : 앗…… 오타쿠 특유의 말 빠름 죄송…….
실버 : 설명은 알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당신이 말하는 “닌자”가 아니다.
이데아 : 그, 그렇게 정색을 하고 부정당하면 이쪽도 부끄러운데요……. 그래서…… 실버 씨는, 무슨 목적으로 밤의 학원내를 배회하고 있는……?
실버 : 내일은 마지프트 대회다. 학원이 해방되어, 일반인으로부터 각국 인사들까지 많은 사람이 모인다. 번화함을 포착하여, 자객이 잠입하지 않을까 순찰을 하고 있었어. 마레우스 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큰 일이니까.
이데아 : 과장이네! 게다가 마레우스 씨, 치트 급으로 강하구, 과보호가 아닌지?
실버 : 내가 모시는 마레우스 님은, 머지않아 요정족의 왕이 되고, 가시의 산골을 다스리는 분. 이 학원에 오기 전에는, 성에서 한 발짝 나가는 데도 호위가 붙었을 정도다.
이데아 : 흐음…….
실버 : 만일 마레우스 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으면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결코, 과보호가 아니다.
이데아 : 뭐, 뭐, 뭐야 그 스케일 큰 이야기……. 자객이라던지, 국제문제라던지, 게임 속에서밖에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실버 : 게임이 아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데아 : 괴, 괴괴괴괴굉장해……! 졸자도 마음 먹고 말해보고 싶네요, 그 대사……!
실버 : ……? 하고 싶다면 말하면 될 것 같다만.
이데아 : 아니, 실버 씨니까 모양이 되는 거지 졸자라면 삐걱 (웃음) 거리기 마련이죠.
실버 : 그런가…… 잘 모르겠다만, 미안했다. 그럼, 나는 경비로 돌아가겠어. 수상한 사람과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 줘. 지금, 세베크랑 릴리아 선배도 나처럼 학원 안을 둘러보고 있으니까 말이지.
이데아 : 아, 알겠습니다…… 저도 당신을 본받아서 가능한 한 스텔스 무브로 가도록 할게. 그, 그럼 안녕.
실버 : 아아, 그럼. ……세베크랑 릴리아 선배에게 합류해서, 이데아 선배가 안뜰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전해둘까. 무심코 세베크와 조우해서 난리가 나면 근처에게 민폐가 된다.
2.
[ 안뜰 ]

이데아 : 하아…… 겨우 수업 끝났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운둔형 외톨이에겐 솔직히 독하다……. 이런 날은 얼른 내 방으로 돌아가 일과 퀘스트라도 소비하는 걸로 제한돼.
??? : ………….
이데아 : ……음, 누군가 있어?

이데아 : 시, 시시시시실버 씨!? 왜 안뜰에서 쓰러져 있는 거!?
실버 : 색……색…….
이데아 : 아…… 혹시, 자고 있을 뿐……? 뭐야, 깜짝 놀라서 손해 봤어……. ……그런데, 단정한 용모. 필시 인기가 있겠지요~. 잠자는 얼굴, 왕자님처럼 반짝반짝. 작은 동물들조차 모일 정도로……. 마지프트 대회 전날에, 여기서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올시다. 경찰봉을 들이밀고, 무서웠단 말야……. 그런 일이 아니었다면 평생 관여할 수 없는 인종이구나.
실버 : 음…… 으음…….
이데아 : 히엑! 이, 이, 이이이, 일어나!?
실버 : 후아, 아……. 누군가 있는 기척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이데아 선배인가…….
이데아 : 트, 트트트트틀려요!! 졸자 결코 실버 씨의 자는 얼굴을 훔쳐보고 있던 건!!
실버 : ? 좀 더 차분하게 말해줘. 당신은 나와 만날 때마다 펄쩍펄쩍 뛰며 놀라고 있군.
이데아 : 지, 지금은 음침 캐릭터기 때문에의 리액션인데……. 요, 요요요요전처럼 경찰봉 휘두르면 누구라도 놀랄 거야.
실버 : 듣고 보니 정말이군…… 마지프트 대회 전날엔 미안했다.
이데아 : 읏…… 고분고분하게 사과받으면 겸연쩍어……. 시, 실버 씨는, 조금 별나네요……. 우리 쪽 학생치고는 곧고, 충성심까지 있어…….
실버 : ……그런가?
이데아 : 으, 응, 사감의 안전을 위해서 야간에 돌아가다니다니 이그니하이드의 기숙사생은 절대로 하지 않아……. ……핫! 호호혹시 마레우스 씨는 디아솜니아 기숙사에서 공포 정치를 한다던가? 그, 그렇다면 이해가 가……. 야간 순찰도 강제로 당한 건가요?
실버 : 공포정치 등 디아솜니아 기숙사에는 불필요하다. 요전의 야간 순찰도 우리가 자주적으로 한 일이다. 당신과 이그니하이드 기숙사생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나는 충성을 맹세한 상대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거야. 지금, 내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아버지와 마레우스 님 덕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두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데아 : 오오…… 표정은 쿨한 그대로지만 목소리 톤에 오타쿠 톡에 가까운 열이 느껴지네요……. 약간 공감…….
실버 : 게다가, 만일 마레우스 님께 문제가 생겨 인간 나라와 가시의 산골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피하고 싶다. 내 힘은 별거 아니지만 할 수 있는건 해두고 싶어. 전쟁 같은 건 하는게 아니라고 아버지로부터 몇 번이나 말을 듣고 자랐으니까…….
이데아 : 호오…… 참으로 함축적인 말. 그 “아버지”란, 강철의 육체와 정신을 가진 강인한 분이시겠죠.
실버 : 아아. 아버지는 가시의 산골의 영주를 섬기던 근위병이어서 말야. 싸움의 솜씨를 인정받아, 여왕의 신뢰도 두터웠다고 들었어.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여러 차례 전쟁에 몸을 던져 훈장까지 받은 전사다. 분명,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따끔한 경험을 하셨음에 틀림없어…….
이데아 : 그, 그게 뭐예요. 오픈월드 RPG같은 이야기…….
실버 : 오픈월드?
이데아 : 이, 인터넷을 말하는 거예요. 그렇죠, 인싸는 모르죠 오타쿠여서 죄송.
실버 : 아니, 인터넷 게임이라면 알아. 아버지께서도 밤을 새워가며 그런 게임을 자주 하시거든.
이데아 : 으응!? 아버지, 뭔가 갑자기 속세다워졌네!?
실버 : 아버지는 옛날부터 유행하는 걸 좋아한다. 요즘엔 마지카메도 시작한 것 같아.
이데아 : 에, 에에에!? 왕궁 기사단의 훌륭한 강한 장군적인 캐릭터가 무너져 가……!
릴리아 : 어이 실버. 그런 곳에서 뭘 활력을 피우고 있는 겐가? 방과후에는 같이 고난이도 레벨에(의역…) 가주기로 약속했잖누.
실버 : 아버…… 릴리아 선배, 죄송합니다. 곧 가겠습니다.
릴리아 : 응……? 누군가 했더니 이데아인가. 흔치 않은 조합이구먼.
이데아 : 앗, 앗…… 리, 리, 리, 릴리아 씨. 이건, 그러니까…….
실버 : 제가 여기서 얕은 잠을 자다가 우연히 마주친 거예요. 이데아 선배, 그럼, 다음에.
이데아 : 으, 응, 다음에……. ……실버 씨의 아버지 이야기, 재미있었네. 가시의 산골에서 훈장 받고 무훈을 올린 전사인데 인터넷 헤비 유저로 마지카메 그래머 ww 그런 사람이 실재한다면, 사람을 싫어하는 나조차도 만나뵙고 싶네요…….
[ 디아솜니아 기숙사 - 복도 ]
릴리아 : 새로운 아이템 실장에 대비해 재료를 모아둬야겠지. 다음주는 계절 이벤트도 오고, 바쁘구먼.
실버 : 게임 이야기를 할 때의 당신은 정말 재미있어 보이네요.
릴리아 : 이 몸이 젊었을 때는 인터넷 게임 따윈 없었으니까 말일세. 전 세계의 거주자가, 경계를 넘어 여흥에 힘을 쓴다. 화창한 세상이 되지 않았느냐.
실버 : 그렇네요. 당신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 역시, 지켜나가야죠.
릴리아 : ……너도 건방지게 되었구먼. 그럼, 실버의 기분에 힘입어 마음껏 게임에 집중하도록 할까. 오늘 밤은 잠도 안 자고 할 걸세~!
실버 : 그, 그건 봐주세요, 아버지…….
'→ PERSONAL STORY > 실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버 R - 직무 태만이라는 말을 들어서…… (0) | 2020.05.27 |
---|